(아시아기자협회) 레이건 대통령의 착한 알츠하이머

  • 여익구
  • 2020-05-18 11: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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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kor.theasian.asia/archives/261874

레이건 대통령의 착한 알츠하이머

레이건 대통령과 낸시 여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세상에서는 치매(癡呆)라는 병만큼 고약한 병이 없다고 한다. 치매는 나이 들면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우리 가족 중에도 올 수 있다.

치매에는 60가지 넘는 다양한 원인질환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치매인데, 뇌혈관 이상(異狀)으로 뇌세포 손상이 나타난다. 뇌질환의 경과에 따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하면, 흔히 알츠하이머 치매를 말한다. 왜냐하면 전체 치매환자의 60~8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치매이기 때문이다. 이 명칭은 치매를 연구했던 독일의 정신과의사 A. 알츠하이머(A. Alzheimer)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 치매발병 이후 퇴행된 뇌세포를 되살리는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치매환자를 치료해도 병에 걸리기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100% 돌아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치매환자는 치료 없이 방치될수록 악화되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에게 남아 있는 건강한 부분을 최대한 오래 유지해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치매 치료의 목표다. 초기에 치매를 발견해 바로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한 경우와 방치한 경우, 초기에는 차이가 없지만 10년 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치매를 방치한 경우에는 인지기능 저하나 행동증상이 더 심각해져 가족과의 생활이 어려워진다. 끝내는 요양시설에 가야 할 확률이 몇 배 커지고, 환자의 삶의 질은 물론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사망 전 마지막 3~5년간 심각한 장애를 겪는다. 그런데 약물치료를 통해 우울한 환자는 덜 우울하게, 욕설이나 폭력 성향이 있는 사람은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고 진정할 수 있게, 망상이나 환청을 경험하는 환자는 망상과 환청을 줄일 수 있도록 처방한다. 이는 환자와 돌보는 이 모두의 정신적·신체적 안녕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다.

가족들은 먼저 치매환자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치매환자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혼자서 일상생활을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전보다 고립되어 혼자라는 느낌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따라서 가족이 환자의 불안이나 우울한 느낌을 공감하면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격려와 위로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날드 레이건(1911~2004)은 퇴임 후 5년이 지난 1994년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옛 친구들과 자녀들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하루는 레이건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몇 시간 동안 갈퀴로 수영장 바닥에 쌓인 나뭇잎을 긁어모아 깨끗하게 청소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부인 낸시 여사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아내를 아주 많이 사랑했던 레이건은 젊은 시절 아내를 도와 집안 청소를 해주면서 행복해 했다. 낸시는 그 때를 생각하며 젊은 시절에 남편이 집안 청소를 해주면서 행복해 하던 기억을 되살려 주고 싶었다. 그날 밤에 낸시 여사는 경호원들과 함께 남편이 담아 버린 낙엽을 다시 가져다가 수영장에 몰래 깔았다.

그런 다음 날 낸시 여사는 남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여보, 수영장에 낙엽이 가득 쌓였어요. 이걸 어떻게 청소해야 하나요?” 낸시가 걱정을 하자 레이건이 낙엽을 치워 주겠다면서 일어나 정원으로 나갔다. 낮이면 레이건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낙엽을 쓸어 담고, 밤이면 부인 낸시는 다시 낙엽을 깔고, 그렇게 낸시는 남편의 행복했던 기억을 되돌려 놓으려고 애썼다.

레이건과 낸시 젊은시절

낸시의 이런 헌신적인 사랑의 힘 때문이었던지, 레이건은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을 잃었지만, 아내 낸시만은 확실하게 알아보았다. 레이건은 가끔 정신이 들 때마다 “내가 살아 있어서 당신이 불행해지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낸시는 레이건에게 말했다. “여보,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당신이 있다면 좋아요. 당신이 없는 행복보다 당신이 있는 불행을 택하겠어요. 부디 이대로라도 좋으니 10년만 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가슴이 찡해지는 말이다. 레이건은 낸시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낸시의 소원대로 10년을 더 살다가 2004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것이 착한 알츠하이머이고, 부부가 끝까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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